

파시오네의 수장이 세간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거리에서 마약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는 어렸지만, 마약을 소탕하는 솜씨에는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다. 재활센터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졌고 어린아이가 마약을 구하러 길거리를 배회하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에서 약내가 걷히자 시민들은 앞다투어 태양이네, 빛이네, 온갖 수식어를 사용해 그를 떠받들었고 뒷골목에서 유명했던 딜러들은 감옥에 수감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파시오네의 그런 열정적이고 때로 불법적이기까지 한 마약 때려잡기는 꽤 효과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마약과 그 중독자들은 아직 네아폴리스 도심 어딘가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골목은 옛날부터 최악의 중독자들이 거닐고 머물던 곳이라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은 구제 불능의 정키(junkie) 취급을 받곤 했다. 하수구 옆에 널브러져 있는 진한 분홍 머리의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런 놈들은 재활원에 손수 넣어줘도 반나절도 못 가서 뛰쳐나갈 거라우, 한 노파는 혀를 끌끌 차며 그렇게 말했다. 파시오네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구제 불능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이 구역을 정리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골목에는 암암리에 모여든 마지막 정키와 딜러가 모여 있었다. 물론 이제 와서 수요와 공급의 구분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봐, 저번에 부탁했던 코카인.”
남루한 행색의 사내가 골목에 마찬가지로 힘없이 누워있는 분홍빛 긴 머리의 남자를 발로 툭툭 치며 코카인이 소량 든 봉투를 그의 위로 툭 던졌다. 모두 그가 언제부터 이 골목에 존재했는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기이한 존재였다. 가로등 밑의 노인은 그를 ‘언제 왔는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이 곳에 항상 존재하고 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처음엔 곧 죽을 사람처럼 목이 쉴 때까지 꽥꽥 비명을 질러 댔고, 누가 가까이 가기라도 하면 다가오지 말라고 괴성을 지르며 사지를 뒤채는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병이라도 걸렸나 보지, 남자가 밥도 물도 먹지 않고 광인처럼 뒹굴기를 사흘. 그를 가엾게 여긴 누군가가 자신이 빨던 대마를 입에 물려주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진 모르겠으나 이곳까지 굴러들어와서 저토록 고통스럽게 몸부림칠 정도면 필시 마약 금단 증상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의 의도는 선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어린아이며 노인이며 가리지 않고 마약을 팔아 치워 배를 불리던 마약 유통 피라미드의 위에 앉아있던 사람이었으나 자기 팔뚝만큼은 깨끗하게 관리하던 사람이었다.
고통에 찌들어 있던 상황에서 난생처음 진정제를 흡입했으니 그 효과는 가히 놀라웠다. 그는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멀어져 맑게 갠 정신세계를 만끽했고 대마초를 빨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극한의 패닉에서 거리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약한 대마초는 죽음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의 광폭한 정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대마초 밭에서 뒹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점차 다른 약에도 손을 뻗었다. 뒷골목 쓰레기통에 뻗어서 헤로인을 했을 때는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우러러보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휩싸였다. 모르핀을 주사했을 때는 그는 처음으로 잠 비슷한 걸 좀 자볼 수 있었다. 기껏해야 3초 정도 눈을 감는 수준이었지만.
그러다가 그는 코카인을 시작했다.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이름 모를 누군가가 자신의 마약과 그의 것을 바꿔치기 한 것이었지만 그는 그것도 모르고 정량의 헤로인 대신 코카인을 들이마셨다. 소량으로도 효과를 내는 약인데 헤로인만큼 들이켰으니 오죽했을까. 강력한 행복감과 쾌락이 몇 분 정도 지속되고 나서는 기분 나쁜 환촉이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작은 애벌레가 마치 그의 피부를 기어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그는 떨리는 손바닥으로 피부를 미친 듯이 때리고, 손톱으로 후벼파며 그 촉감을 떨쳐내려 애를 썼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벌레들은 그의 피부 속으로 완전히 기어들어 와 적혈구를 타고 혈관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해소할 수 없는 그 간지러움에 처음 왔을 때처럼 길바닥을 구르며 고함을 질러댔지만, 곧 코카인의 도취감과 머리 끝까지 솟구치는 흥분감을 잊지 못하고 이내 다시 하얀 가루를 콧구멍으로 삼켰다. 코카인은 반감기가 유독 짧은 약이었기에 그의 몸에 벌레들이 찾아오는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골목에 울리는 남자의 비명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한때 눈만 마주쳐도 사람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을 것 같던 서슬 퍼런 광이 서린 그의 눈동자는 약 기운으로 탁하게 가라앉았다. 죽은 이의 눈동자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라진 안광과 마약 때문에 벌겋게 부은 코는 척 봐도 아, 중독자군. 할 정도로 처참했다. 물과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밤낮으로 마약만 해댄 덕분에 몸은 말라갔고,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었으며 얼굴에는 온통 붉은 반점들이 돋아나 있었다. 마약을 하기 전 그는 이 골목의 사람들과는 상종도 하지 않을 부류의 사람이었으나 이제 그는 그 골목의 최악의 정키가 되어있었다. 악마다, 악마야. 누군가는 그를 그렇게 말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핏발 선 눈을 하고 마약에 취해 세상을 가진 듯 당당히 팔을 펼쳐 웃다 몇 분 후에 땅바닥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며 환상 속의 벌레를 떼어내려 애쓰는 참극이 마치 악마가 타락시킨 인간 그 자체를 보는 것 같다고.
골목에 드나들던 마지막 딜러까지 파시오네의 손에 제거되고 나자 정키들은 자기 품에 남은 마지막 마약들을 과용하다가 결국 스스로 죽음에 이르기 일쑤였다. 어차피 마약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가지 못할 치들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오로지 그만 유일하게 마약이 솟아나는 샘이라도 아는 것처럼 꼿꼿하게 정량의 코카인만 흡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약이 다 떨어진다고 누군가가 넌지시 일러줘도 마치 다가올 운명을 아는 사람처럼 그의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약을 하지 못한다면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로 영원히 발작에 시달릴 것이며, 마약이 펑펑 솟아나는 샘 위에 있어도 이 레퀴엠 속에서 그는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그에게는 이리 죽나 저리 죽나 별 차이가 없었기에 말없이 킁킁거리며 쾌락의 숨을 폐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약이 다 떨어져 갈 즈음 그는 오랜만에 쿰쿰하고 그늘진 골목을 벗어나 이탈리아의 밝은 햇살 속으로 나갔다. 그 골목에 얼마나 처박혀 있었는지 시간 감각조차 없었다. 계절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방금 했던 코카인의 여파가 남아있어서인지 그는 햇빛이 따갑다 못해 바늘로 자신의 피부를 찌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감각 없는 한쪽 손을 붙잡고 환한 거리를 걸었다. 걷다가 레퀴엠에 의해 갑자기 죽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걸었다. 이왕 개죽음당할 운명이라면 코카인을 손에 쥐고 기분 좋게 최후를 맞고 싶었다. 그는 누가 봐도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꼴로 비틀거리다 지나가던 행인과 어깨를 부딪쳐 대차게 욕을 얻어먹기도 했고 과일에서 풍기는 단내를 헤로인으로 착각해 길가에 놓인 사과더미에 코를 박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쪽으로 가면 마약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 직감이 레퀴엠 안에 갇혀 영원히 죽어갈 인간에게 주어진 아주 약간의 호의인지도 모른다고 자신하며 자신의 본능을 따라 걸었다.
쾅쾅쾅, 이윽고 목적지 앞에 멈춰선 그는 무겁고 웅장한 철문의 문고리를 두들겼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당당한 태세였다.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열릴 것이니, 그 유명한 마태복음의 구절처럼 문이 활짝 열렸다. 이 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약이 여기 있음을 안다. 열린 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길고 어두운 복도만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맨발로 복도에 깔린 붉고 긴 공단을 밟으며 전율했다. 이곳의 주인이 없다면 탐을 내고 싶을 정도의 감촉이었다. 얼마인지 모를 시간을 너저분하고 냄새나는 길바닥의 하수구 옆에서 보낸 그에게 이 부드러운 감촉은 마약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나 조금 맛볼 수 있는 종류였다. 당장이라도 여기 엎어져 이 카펫을 몸에 감고 천박하게 살을 비벼대도 헤로인만큼은 못하겠지. 그래도 그 절반 정도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붉은 천을 디디며 끝없이 걸었다. 어딘지 모를 끝에 희미한 불빛이 일렁였다. 저 끝엔 분명히 내가 염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는 약 기운에 반쯤 취해 그런 가련한 착각을 했다.
불빛이 점점 또렷하게 변하면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명은 왕이라도 되는 것 마냥 화려한 소파에 건방지게 다리를 꼬고 앉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 옆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걸어오는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소파 앞엔 높은 계단이 있어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분명히 아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만나는군. 그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혀를 깔짝여 미동도 없이 위에 올라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의 이름을 불렀다.
“죠르노 죠바나.”
상대의 기를 꺾는 위엄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이 볼품없이 쉬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오랜만이군요.”
죠르노 죠바나가 간결하고도 유려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공간 안을 청아하게 울렸다. 디아볼로는 그 순간 자만했다. 마침내 화살은 그에게 죠르노 죠바나에게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나는 죽음 속에서 다시 기회를 얻어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재기의 기회를 노리듯 당당히 서서 죠르노를 마주 보았다. 네가 마약 유통을 끊어 놓고 그 숨통을 죄다 분질러버린 원흉이구나. 붉게 부은 코와 휘청대는 몸을 한 채 디아볼로는 말을 이었다.
“여기에, 남은 마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파시오네가 약쟁이와 딜러를 소탕하면서 회수한 그 많은 마약은 어디로 갔을까. 필시 그냥 증발하지는 않았을 테다. 그걸 없애기 위해서라도 일단 자신의 손에 넣어야 하는 법이지. 단번에 처리할 수는 없으니 창고나 금고에 모아뒀을 게 분명했다. 갱 보스로 살아온 세월이 헛되진 않았을 거라 믿고 디아볼로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죠르노 죠바나를 올려다보며 음절 하나하나에 얼마 남지 않는 힘을 실어 말했다. 금단증상에 벌벌 떨려올 목소리일지언정 그 태도는 당당했다.
“마약이,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있는 것을 전부 내게 줘. 어디에도 말하지 않고 오직 나만 갖고 있을 테니.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에서 토기가 치미는 걸 느꼈다. 코카인의 부작용이리라. 아니면 오늘 마지막으로 섞어서 흡입했던 헤로인이 원인일지도. 하지만 죠르노 죠바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가련하다는 표정으로 그저 디아볼로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래서 디아볼로는 옆에 서 있는 총잡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너도 알고 있지? 응? 그러니 어서, 어서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줘.”
하지만 그의 입에선 약쟁이 주제에, 라는 말과 함께 혐오 가득한 조소가 돌아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디아볼로는 붉고 도톰한 공단 위로 쓰러져 꺽꺽대는 소리를 내며 속을 전부 게워냈다. 속이 텅 비어 허기가 져도 음식보다 마약이 더 고팠다. 그는 쓰러진 상태에서 턱만 간신히 들어 올리고 손을 뻗었다.
“제발, 제발...”
그런데도 여전히 내려지는 답은 없었다. 이 디아볼로가, 애송이한테 마약을 구걸하는 것도 모자라 대답까지 얻어내야 한다니. 위액과 울분이 입 밖으로 치밀어 올라도 그는 여전히 약을 갈구했다. 금단증상이 불러오는 생리적 현상은 그의 자존심을 억누르고 기꺼이 적 앞에 무릎을 꿇도록 만들었다. 그는 긴 머리카락에 자신이 뱉어낸 토사물이 묻어 질질 끌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단 위를 기어 계단 한 칸에 팔을 얹고는 죠르노 죠바나의 발끝을 손으로 잡고 매달렸다. 이상하게,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그를 짓눌러 그를 죠르노 죠바나의 발바닥 밑까지만 허락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디아볼로는 새파란 애송이 앞에 가련하게 주저앉아 왕관도 아닌 마약을 구걸했다. 화살의 힘을 돌려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레퀴엠을 해제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날뛰는 신경을 잠재울 수 있는 몇 밀리그램의 하얀 가루만 바랬다. 인생에서 이렇게 소박한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었나?
“헤로인, 코카인, LSD도 좋아. 아니면 필로폰, ... 정 안되면 대마초라도. 응? 좀 많이 피워야 하지만 그것도 충분해.”
구체적인 품목까지 알려줬는데도 그에게 던져지는 건 마약과는 딴판인 시시한 침묵이었다. 죽음의 공포가 찾아와 그를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사이렌이 징징 울렸다. 디아볼로는 숨을 헐떡이며 발을 손으로 잡고 애원하듯 신발 밑창에 자기 뺨을 가져다대며 매달렸다. 죠르노는 그를 떨쳐내지 않았고 디아볼로는 그걸 허락이라고 생각했는지 손을 올려 그의 발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단 1mg이라도 좋으니 제발. 이 지옥을 잠시만이라도 잊게 해준다면. 디아볼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말끔한 죠르노 죠바나의 구두 코를 쓸어 내리며 간청했다. 죠르노는 그에게 동정의 시선을 던졌다. 한때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며 이탈리아를 움직이는 조직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던 사람이 지금은 고작 길거리에서 뒹구는 약쟁이 하나로 전락한 꼴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때 윙윙대는 디아볼로의 귓가에 뭐라 뭐라 말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뿌연 집중력으로 귀를 열어 그를 들으려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다시 위장에서 구토가 치밀어 오를 것 같은 느낌에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철커덕, 자물쇠를 연 것 같은 소리였다. 설마, 설마. 귀하게 보관하고 있던 마약을 꺼낸 것인가? 디아볼로는 강력한 기대감만으로 환희에 젖을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고개를 비스듬히 쳐들며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걸 느꼈다. 온몸이 하얀 가루가 줄 쾌락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 날뛰고 있었다. 파시오네의 수장이 가지고 있는 마약의 양이면 온몸에 하얀 가루를 흩뿌리며 샤워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자물쇠가 풀린 상자도, 금고도 아니었다. 대신 옆에 서 있던 권총잡이의 것이 분명한 까만 색의 깊은 총구가 그의 미간을 정확히 마주 보고 있었다. 죠르노 죠바나는 구태여 제 부하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총을 들어 레퀴엠 속에서 그에게 죽음을 선사하러 온 것이다. 결국 죠르노 죠바나와 그의 레퀴엠이 디아볼로에게 허락하는 건 쾌락도, 환희도, 기쁨도 아닌 그저 고통과 절망이었다. 디아볼로는 기대감에 가득 찼던 뇌가 차갑게 식어가는 걸 느낌과 동시에 흐려진 동공으로 금빛 탄환이 그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끝없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씨발, 코카인이라도 마지막으로 한번 했다면 황홀하게 죽을 수 있었을 텐데! 몇 번의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디아볼로는 쿵, 소리와 함께 계단 밑으로 처절하게 굴러 떨어졌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이내 또 다른 죽음으로 던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