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 익스피리언스 레퀴엠. 죠르노 죠바나의 스탠드로, 공격한 상대에게 무한의 죽음을 선사하는 능력을 갖춘 스탠드. 파시오네의 전 보스이자 골드 익스피리언스 레퀴엠의 공격을 받은 디아볼로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무한한 죽음을 반복했다. 디아볼로는 그 죽음을 세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죽고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당장이라도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추했던 그의 마음은 죽음을 더 무섭고 잔인하게 만들었다.
"난... 왜... 여기서... 젠장...! 걸레 같은 녀석한테... 이 제왕... 디아볼로가... 죽을 순... 없ㅇ..."
디아볼로는 23번째 죽음 이후로 24번째의 죽음으로 넘어갔다. 24번째의 죽음에서 디아볼로는 조금 특이점을 느꼈다. 디아볼로는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24번째의 죽음 만큼은 조금 기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24번째의 죽음은 피보다 더 진한 색깔의 빨간색 커튼과 벽지,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전등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그곳이 영화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묘했던 것은 디아볼로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건은 디아볼로 본인이 귀신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24번째의 죽음 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24번째의 죽음은 예전의 죽음보다는 무언가가 달랐다.
디아볼로는 천천히 주변을 살펴봤지만 그는 그저 평범한 영화관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그건 그의 실수였다.
갑자기 고장 난 전등이 지직- 거리더니 정전이 되었다. 디아볼로는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그는 벽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천하의 제왕 디아볼로가 고작 정전에 넘어진다는 건 놀랄 일이었지만 반복되는 무한한 죽음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한 그는 항상 경계심을 품고 다녔다.
정전이 난 영화관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디아볼로는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디아볼로의 왼뺨에서는 식은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손에서는 구역질 나는 피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예민한 디아볼로의 코로 향해서 그를 더 경계하게 만들었다. 그때, 그는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디아볼로는 왼손으로 자신의 코를 막고 앞으로 달려갔다. 전등의 소리와 눅눅한 피 냄새, 식은땀, 그리고 누군가가 그를 쳐다보는 시선은 디아볼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락에 가까웠다. 디아볼로가 헉헉거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무조건 달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두려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달려야만 했다, 그것이 디아볼로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앞은 보이지 않았고 뒤에서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디아볼로는 미치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달려서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넘어진 그의 무릎에서는 미지근한 피가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볼로는 아픔보다 죽음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디아볼로는 공포에 휩싸인 두 눈으로 생각했다, 이번엔 어떻게 죽는 거지? 누가 이 디아볼로를 바라보는 거지?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공포만이 가득했다.
무릎에서 떨어지는 피는 디아볼로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는 폐가의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오래된 물이 흐르는 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디아볼로는 손에 힘을 줘서 그의 얼굴은 날카로운 손톱 때문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
디아볼로는 미칠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도 왜 자신과 관련 없는 24번째 이였는가. 그건 아무도 몰랐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24번째의 죽음은 디아볼로를 죽음보다는 공포, 즉 나락으로 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디아볼로가 힘겹게 숨 쉬었다. 계속해서 달린 디아볼로였지만 그는 아직도 누군가의 시선이 보였다. 그것도 기묘한 것이 오직 눈만 보였다. 저 멀리 허공에서 뜬 눈은 디아볼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시선은 한 번에 디아볼로의 내장을 터뜨려서 그저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만큼 그런 눈빛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디아볼로의 마음은 떨리고 있었다. 급기야 그의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디아볼로는 미쳐가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그 시선이 무서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려웠다. 죽음을 23번이나 경험한 그였지만 언제나 알 수 없고 무서운 것은 항상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락으로 달리는 디아볼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그런 죽음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디아볼로의 죽음은 언제나 달랐다. 디아볼로가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해도 그것은 항상 그를 디아볼로를 죽음으로 보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경계심을 품고 다녔다. 마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가장 약한 고양이처럼.
얼마나 달렸을까 그는 너무나도 힘들어서 잠시 멈췄다. 하지만 시선은 빠르게 그에게 달려와서 디아볼로를 뒤에서 쳐다봤다. 디아볼로는 떨리는 몸으로 천천히 일어났다. 그때, 정전된 전등이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환한 불은 디아볼로의 눈을 잔인하게 태워버릴 정도로 밝았다. 디아볼로는 약간의 안정감을 느꼈지만 어째선지 그는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디아볼로의 옷은 사라지고 그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그가 달리던 곳은 제자리였다. 디아볼로가 달렸던 그 길은 없고 그는 달리기 직전에 서 있던 자리에 또다시 서 있었다. 원점 이었다.
디아볼로의 동공은 발로 밟은 지렁이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디아볼로는 누군가가 자신의 오른팔을 잡는 느낌을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초록색 독사가 디아볼로의 오른팔을 기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그의 호흡은 빨라지고 있었다. 디아볼로의 눈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향했다. 디아볼로가 본건 다름 아닌 (-)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검은색의 유령이었지만 외형은 누가 봐도 (-)였다. 아름다운 두 눈과 크게 불러있는 배.
(-)는 디아볼로의 두 번째 연인이자 그가 도나텔라 우나보다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 사람이었다. (-)도 디아볼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둘은 사귀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는 디아볼로가 마피아 보스여도, 이미 아이가 있는 미혼남이어도 이해를 했다, 그만큼 그를 많이 사랑했다. 하지만 (-)가 디아볼로의 아이를 임신한 이후, 디아볼로는 (-)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도나텔라와는 달랐다. 그는 도나텔라가 임신을 하고 도망쳤지만 (-)에게는 아기 태명, 이름을 지어주고 (-)가 필요한 건 뭐든지 사줬다, 항상 (-)의 옆에서 사랑해줬다. 그의 사랑은 넘치고 넘쳤다. 그와 동시에 디아볼로는 (-)가 어디도 못 가게 했다. (-)는 디아볼로의 아지트 이외에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가지도 못했다. 오직 디아볼로만 나갈 수 있었다. (-)가 반항하거나 싫어할 경우, 그는 스탠드를 사용해서 그녀를 구속했다. 거기에 (-)가 임신 5개월때, 디아볼로는 콘돔도 없이 (-)가 원하지 않는 관계를 하려고 했다. 그녀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둘은 부드러운 관계를 가졌다. (-)의 배가 불러갈수록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 아니 집착은 거대하게 커졌다. (-)는 디아볼로의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자살을 했다. 디아볼로는 그 소식에 충격을 받고 (-)를 좋은 곳에 묻어줬다. (-)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자 디아볼로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디아볼로는 그 일 이후로는 그 어떤 여성을 여자로 보지 않았다.
깜짝 놀란 디아볼로는 (-)의 오른팔을 세게 잡고 그녀의 왼뺨에 손을 얹었다.
"(-)..." 디아볼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는 디아볼로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는 귀신처럼 숨도 쉬지 않았다. 물론 옥상에서 떨어져 머리가 잔인하게 깨져서 죽은 사람이었지만.
"(-), 대답해봐라. (-), (-), (-), (-)!!" 디아볼로가 소리쳤다. 죽음을 반복한 그였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집착이 강해졌다. (-)는 디아볼로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는 그저 디아볼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소유욕이 강했던 디아볼로는 (-)의 팔을 꽉 잡았다. 그러더니 (-)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의 반짝이는 눈, 부드러운 입술, 하얀 피부까지. (-)는 디아볼로를 경멸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디아볼로의 손은 부푼 (-)의 배에 머물러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배에서는 아무런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는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디아볼로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살짝 당황했다. 그렇지만 디아볼로는 천천히 진정하고 (-)에게 말했다.
"날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날 사랑하지 않나?"
"그 손 치워요..." (-)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는 자신의 작은 손으로 디아볼로의 손을 치우려고 했다. 하지만 디아볼로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벽으로 밀었다. (-)의 입에서는 작은 신음이 나왔다.
"왜 이러는 거예요!"
"닥치고 말해라, 날 아직도 사랑하느냐!" 디아볼로가 (-)를 협박했다. 디아볼로가 (-)에게 거리를 좁힐수록 (-)는 배 때문에 아파했다.
"...사랑해요, 그러니까 저리 좀... 배가!" 디아볼로가 (-)가 아프다는 소리때문에 뒤로 갔다. (-)는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미 뇌가 깨져서 죽은 (-)였지만 만삭의 배 때문에 조금의 충격이라도 아파했다. 그녀의 배에 있는 디아볼로의 아이도, (-)도 이미 죽은 사람이었지만 검은 유령에서 인간의 형태의 유령이 되면 고통을 느꼈다.
(-)는 천천히 일어서서 디아볼로를 쳐다봤다. 디아볼로는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와 다시 관계를 가지고 싶었지만 (-)가 이미 유령이라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소름 끼치는 눈은 천천히 벗겨졌다. 하지만 어째선지 눈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았다. (-)의 눈 안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벗겨졌다. 한 가닥 한 가닥 벗겨질 때마다 디아볼로는 충격에 빠졌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결국 (-)의 눈을 벗겨져서 또다시 온몸이 검은색이 된 유령이 되었다.
충격에 빠진 디아볼로가 (-)를 자신의 쪽으로 당겼을 때, 디아볼로의 앞에 3명이 남자 유령이 나타났다. 키가 큰 한명의 배는 동그랗게 뚫려있었고, 키가 작은 한명의 남성의 몸에는 철창이 꽂혀 있었고, 단발머리의 남성도 키가 큰 남성과 마찬가지로 배가 뚫려있었다. 그들은 순서대로 레오네 아바키오, 나란챠 길가, 브루노 부챠라티였다. 모두 디아볼로가 죽인 사람이었다. 그들은 디아볼로를 보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그들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디아볼로의 팔에는 검은 독사가 기어오르는 것처럼 소름 돋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는 커졌고 (-)와 아바키오, 나란챠, 부챠라티는 정면으로 그를 쳐다봤다.
"뭐... 뭘 쳐다보는 거지?! 저리 가란 말이다! 병신같은 네 놈들은 꺼져라!!"
디아볼로의 눈에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부챠라티, 나란챠, 아바키오, 그리고 (-)에게 소리쳤지만 그들은 듣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살점을 뜯어 간을 먹을듯한 사나운 맹수의 눈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디아볼로가 손을 휘둘러 그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할 때, 갑자기 뒤에서 9명의 남성이 나타났다. 다들 그림자처럼 검은 유령이었지만 디아볼로는 9명의 남성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순서대로 소르베, 젤라토, 포르마조, 일루조, 프로슈토, 페시, 멜로네, 기아초, 리조토였다. 그들의 몸에는 잔인한 외상이 보였다. 소르베의 몸은 조각조각 잘려있었고 리조토의 몸에는 심각한 총상이 보였다. 그들 모두 디아볼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디아볼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디아볼로는 등 뒤로 초록색 독사가 기어 오르는 느낌을 느꼈다.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지... 진정하는 거다... 이 몸은 제왕 디아볼로...! 저런 하찮은 쓰레기에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디아볼로는 최대한 진정하려고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속으로는 그런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반으로 갈라서 죽이거나 잔인하게 손톱으로 뜯어서 죽이거나, 아니면 물속에 가둬서 익사로 죽이고 싶었다. 디아볼로는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폴포는 도박으로 감옥에서 꿀 빨고... 마약팀도 마약 팔면서 한몫 잡는데... 우리 암살팀은 보스가 주는 보수가 전부!!! 납득이 안 된다고! 우리 실력은 조직에서 No·1인데!!! 조금 더 좋게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보스, 당신의 정체만 알아내려 했지만... 예정 변경이다! 네놈을 처리해주마! 지금 당장!!!"
"...2년이다. 공포라는 목줄이 채워진 강아지나 다름없는 꼴로 전락한 우리가... 넌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확신했다! 알고 싶군, 네 정체가 무엇인지! 네 녀석의 진짜 모습을 숨통을 끊을 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밝혀내고 싶단 말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디아볼로의 귀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마치 고장 난 티브이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그들의 목소리는 지지직거리고 귀신의 목소리로 들렸다. 디아볼로의 귀는 피가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디아볼로의 귀에서는 그들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나도... 넘어설 수 있어... 당신에게 물려받은 운명에 두려워서 도망가거나 하지 않아...!! 그게 방해라면... 더욱 올라 서주겠어.
"살아남는 것은 이 세상의 '진실'뿐이다. 진실에서 나타난 참된 행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부차라티는 죽었다... 아바키오도, 나란차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과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어... 그들이 내게 이 '화살'을 건네준 거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이 진실에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겉보기만 그럴싸한 사악에서 나타난 것인지 곧 알게 될 거다. 과연 당신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을까? 보스."
트리쉬와 죠르노의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들렸다. 디아볼로는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아볼로는 그 목소리를 찢어 갈겨버리고 싶었다. 단순한 종이처럼 찢어버려서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 디아볼로의 귀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귀에서 흐르는 차가운 피는 디아볼로의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가 카펫을 흥건히 적셨다. 그들은 점점 디아볼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뛰기 시작했다. 같은 장소를 몇번이나 뛴 그였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기나긴 복도를 열심히 뛰었지만 복도는 더 길어지고 그들은 깔깔 웃으며 디아볼로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들은 진짜로 웃고 있진 않았지만 디아볼로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아무리 달려도 디아볼로는 복도의 끝으로 갈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달리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그대로였다. 디아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바닥의 카펫은 그의 귀에서 나오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건 그의 옷도 마찬가지였다. 디아볼로는 생각했다, 어째서지? 왜 앞으로 나가지 않는 거지?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야!
그때 갑자기 시간에 이상이라도 생긴걸까, 아바키오, 나란챠, 부챠리타, 소르베, 젤라토, 포르마조, 일루조, 프로슈토, 페시, 멜로네, 기아초, 리조토, 그리고 (-)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도 더 들리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안심한 디아볼로는 그 틈을 타서 앞으로 달려갔다.
그가 입고 있던 검은 양복은 바람에 살짝씩 휘날렸고 검은색 구두는 금방이라도 닳아서 무너질 것 같았다. 추악하고 미쳐가고 있는 그의 마음에는 오직 그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디아볼로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그는 심장이 무리해서 마비될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귀는 바람 때문에 찢어질 뻔 했다. 미래보다는 현재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었다. 디아볼로는 달려서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문밖의 세계는 그저 평범한 옥상이었다. 어째선지 디아볼로는 안심했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옥상 끝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하지만 불행일까, 다행일까, 쉬고 있는 디아볼로 앞에 그들이 나타났다. 디아볼로의 얼굴에서는 또다시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두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손은 방황하고 있었다. 두 발은 주춤거리고 있었다. (-)는 그런 디아볼로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 비켜라...!" 아무리 사랑하는 (-)였지만 추악한 디아볼로는 (-)까지 무서워했다. 아니, 두려워했다. (-)는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공포 앞에서는 디아볼로에게 그저 방해되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몸짓 하나를 사랑했던 그는 어디 가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버리는 추악한 괴물이 돼버렸다.
"사랑해요"
(-)는 디아볼로를 옥상에서 밀었다. 그의 분홍색 머리카락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두 눈은 (-)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입에서는 살려달라는 말과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추악한 그의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디아볼로는 (-)에게 손을 뻗었지만 (-)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결국 디아볼로의 머리는 산산조각으로 깨져서 바닥을 피범벅으로 만들게 했다.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의 검은색 양복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디아볼로의 입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서 나왔다. 그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벌떡 거리고 있었다. (-)와 그들은 옥상에서 추하게 떨어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24번째 죽음은 디아볼로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결국 디아볼로의 숨은 멈췄다. 그리고 24번째의 죽음은 끝이 났다.

